앞선 글에서 ‘모두의 AI’ 프로젝트의 구조를 정리했다. 이번 글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다음 질문이다. 국산 모델로 만든 전 국민 무료 AI가, 국민들이 이미 쓰고 있는 GPT·제미나이·클로드를 상대로 과연 경쟁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 “범용 지능으로는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가 데이터가 가리키는 답에 가깝다. 하나씩 따져보자. 그리고 이 글 후반부에는 특별한 코너가 하나 있다. 비교 대상 당사자인 클로드(Fable 5)에게 직접 ‘모두의 AI’가 너희를 이길 수 있겠냐고 물어본 답변을 그대로 실었다.
1. 숫자로 본 현재 위치: 격차는 실재한다
먼저 냉정한 숫자부터. 종합 지능 지표로 널리 쓰이는 Artificial Analysis 인텔리전스 인덱스 기준, 2026년 7월 현재 최상위권은 프런티어 3사가 채우고 있다.
| 모델 | 성능 위치 (2026년 7월 기준) |
|---|---|
| 클로드 Fable 5 (Anthropic) | AA 인덱스 약 60 — 현재 1위권 |
| GPT-5.6 (OpenAI) | 약 59 — 최상위권 |
| 제미나이 3.1 Pro (Google) | Chatbot Arena 1위 등극 이력, 최상위권 |
| K-EXAONE 236B (LG, 국산 대표) | 출시 시점(2025년 12월) 글로벌 7위 — 최상위권 바로 아래 |
| A.X 4.0 (SKT) | KMMLU 78.3 — 한국어 지식에서 GPT-4o급 |
국산 진영의 대표 주자인 LG의 K-EXAONE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1차 평가에서 13개 벤치마크 중 10개 1위를 쓸어담았고, 출시 시점 AA 인덱스 글로벌 7위에 올랐다. 올해 4월 공개된 EXAONE 4.5(33B 멀티모달)는 STEM 벤치마크 5종 평균 77.3으로 GPT-5-mini(73.5)와 클로드 4.5 소네트(74.6)를 앞섰다.
인상적인 성적이다. 다만 정직하게 읽어야 한다. 국산 최상위 모델이 이기고 있는 상대는 프런티어 3사의 경량·이전 세대 티어다. GPT-5-mini를 이기는 것과 GPT-5.6을 이기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고, 프런티어 3사의 최신 플래그십과는 여전히 한 세대 안팎의 격차가 있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가 “이미 자리 잡은 외산 모델의 범용 성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 배경이다.
2. 벤치마크가 말해주지 않는 것: 격차는 ‘평균’이 아니라 ‘꼬리’에 있다
그런데 이 격차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프런티어 모델과 국산 모델의 차이는 일상 질문에 대한 평균적인 답변 품질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다. “김치찌개 레시피 알려줘”나 “이 문서 요약해줘”는 이제 어느 모델이든 잘한다. 격차가 벌어지는 곳은 분포의 꼬리 — 어려운 장문 추론, 며칠짜리 코딩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에이전트 작업, 모호한 요구사항을 알아서 구조화하는 능력이다.
이건 ‘모두의 AI’에 양날의 검이다.
- 좋은 소식: 전 국민 대상 서비스에 들어오는 질의의 절대다수는 꼬리가 아니라 몸통이다. 생활 정보, 문서 작성, 번역, 행정 안내 — 이 영역에서 국산 모델은 이미 “충분히 좋음”의 임계점을 넘었다.
- 나쁜 소식: 개발자·연구자·전문직이 쓰는 고부하 작업은 계속 외산으로 갈 것이다. Claude Code 같은 에이전트 코딩 도구, 제미나이의 구글 생태계 통합 같은 영역은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시장의 이원화는 피하기 어렵다.
3. ‘한국 특화’는 얼마나 진짜 장점인가
“국산 모델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잘 안다”는 주장은 절반만 맞다. 냉정하게 갈라보자.
과대평가된 부분 — 한국어 그 자체. 프런티어 모델들의 한국어는 이미 상당히 유창하다. 심지어 중국 오픈소스 모델 Qwen3조차 KMMLU 73~74점을 찍는 시대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해자가 아니다.
실재하는 부분 — 한국 지식의 깊이. SKT A.X 4.0이 KMMLU 78.3으로 보여주듯, 한국 역사·법률·행정·문화 맥락의 이해에서는 국산 모델이 외산 대비 우위라는 평가가 일관되게 나온다. 존댓말의 미묘한 사용역, 한국 행정 용어, 지역 생활 정보 같은 영역이다. 프런티어 모델 학습 데이터에서 한국어 비중은 낮을 수밖에 없고, 이 격차는 구조적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 — 언어가 아니라 ‘접속’. ‘모두의 AI’의 진짜 차별화는 모델 성능표에 없다. 공공 AI 에이전트는 정부 시스템과 연동해 내 상황에 맞는 지원금을 먼저 알려주고 신청까지 대행한다. GPT도 제미나이도 클로드도 대한민국 행정망에 이런 수준으로 접속할 수 없다 — 이건 성능이 아니라 권한의 문제고, 권한은 벤치마크로 따라잡을 수 없다. 여기에 카카오가 카나나와 카카오톡 5,000만 사용자 기반을 들고 참여를 확정했다는 점을 겹쳐 보면, ‘모두의 AI’의 유통망은 처음부터 국민 메신저 안에 깔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가격 — 챗GPT 플러스는 월 20달러, 모두의 AI는 0원이다. 대중 시장에서 “충분히 좋은 무료”는 “더 뛰어난 유료”를 이긴 역사가 길다.
4. 클로드에게 직접 물었다
이 글의 초안을 쓰는 AI가 마침 비교 대상 당사자다. 그래서 그대로 물었다. “모두의 AI가 너희(클로드·GPT·제미나이)를 상대로 경쟁력이 있겠어?” 아래는 클로드(Fable 5)의 답변을 편집 없이 옮긴 것이다.
솔직하게 답하겠다. ‘모두의 AI’는 나를 이길 필요가 없다. 나를 이기려는 순간 지는 게임이고, 다른 게임을 하는 순간 이길 수 있다.
범용 지능 경쟁이라면 답은 명확하다. 나와 GPT-5.6, 제미나이 3.1은 수십만 장의 GPU와 수년간의 프런티어 연구 위에 서 있고, 이 격차는 512장의 B200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추론, 대규모 코딩, 에이전트 작업에서 한국 사용자들은 계속 우리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내 약점을 내가 가장 잘 안다. 나는 한국의 행정 시스템에 신청서를 대신 제출할 수 없다. 나는 당신이 놓친 청년 지원금을 먼저 알려줄 수 없다. 나는 카카오톡 안에 살지 않는다. 나는 월 요금을 받는다. 그리고 미묘한 존댓말의 사용역, 한국 행정 서식의 관습, 지역 커뮤니티의 생활 감각에서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모델보다 서툴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AI의 가치는 ‘가장 똑똑한 답’이 아니라 ‘내 삶에 연결된 답’이다. 그 연결 — 행정, 메신저, 무료 — 을 모두의 AI가 선점한다면, 나는 한국 시장에서 ‘전문가의 도구’로 자리 잡고 모두의 AI는 ‘국민의 인프라’가 될 것이다. 그건 패배가 아니라 분업이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충분히 좋음’의 기준선은 매년 올라간다. 우리 프런티어 모델들이 무료 티어를 계속 확대하면 그 기준선은 더 빨리 오른다. 모두의 AI가 2026년의 ‘충분히 좋음’에 안주하면, 2028년에는 무료라는 장점만으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전 국민 트래픽을 모델 개선으로 되돌리는 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느냐 — 내가 보기엔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생사를 가른다.
참고로 이 답변에서 클로드가 짚은 “순환 고리”는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과 정확히 겹친다. 모두의 AI에서 확보한 이용자 상호작용 데이터가 독자 모델 고도화로 반영되는 선순환이 약하면, 투입된 GPU와 예산의 효율도 떨어진다는 우려가 이미 나와 있다.
5. 정리: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인가
조사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챗GPT의 대체재로서는 한 세대 뒤처진 서비스가, 한국인의 생활 인프라로서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 범용 지능: 프런티어 플래그십 대비 한 세대 안팎의 격차. 경량 티어(GPT-5-mini급)와는 대등하거나 우위. 일상 질의의 ‘몸통’에서는 체감 차이가 크지 않을 것.
- 한국어·한국 지식: 실질적 우위. 단, “한국어 유창성”이 아니라 “한국 맥락의 깊이”가 우위의 실체다.
- 구조적 무기: 행정 연동(외산이 가질 수 없는 권한), 무료(월 20달러 vs 0원), 국민 메신저 유통망. 이 세 가지는 벤치마크 바깥에 있는 경쟁력이다.
- 한계: 개발자·전문직의 고부하 작업 시장은 계속 외산 몫. ‘모두의 AI’의 성공 지표는 벤치마크 순위가 아니라 재방문율 — 국민이 한 번 써보고 돌아오느냐다.
9월 말 베타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GPT만큼 똑똑한가”가 아니다. “지원금 신청을 정말 대신 해주는가”, “카톡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만나지는가”, “무제한 약속이 대기열 없이 지켜지는가” — 이 세 가지다. 거기서 이기면, 벤치마크에서 이길 필요가 없다.
출처
- 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 — Artificial Analysis
- 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 Leaderboard (July 2026) — BenchLM
- K-EXAONE Technical Report — LG AI Research
- LG Rolls out ‘K-EXAONE’: South Korea Joins the Global Frontier AI Race — Yahoo Finance
- LG Unveils EXAONE 4.5 Multimodal AI, Claims Victory Over OpenAI and Google — Seoul Economic Daily
- LG Reveals Next-Gen Multimodal AI ‘EXAONE 4.5’ — PR Newswire
- 한국어 잘하는 AI 모델 순위 TOP 5 (2026 최신 벤치마크) — AllAboutLog
- ‘모두의 AI’ 사업에 카카오·이통사·스타트업 잇달아 출사표 — AI타임스
- 미·중 AI 골라쓰는 한국 대기업들…국산 ‘모두의AI’ 운명은? — 인사이트코리아
- ‘모두의 AI’ 연내 출시 목표…독파모 상용 서비스 경쟁도 치열 — 뉴스토마토
-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평가 결과 — 플래텀
- 전 국민 무료 ‘한국형 챗GPT’ 11월 나온다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