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전 거래일 대비 1.51% 오른 943,000원에 마감했다. 3년 전인 2023년 중반만 해도 이 종목은 15만원대에서 거래됐다. 6배에 가까운 상승은 실제 숫자로 뒷받침된다 —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매출이 거의 3배로 불어났다 — 하지만 동시에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록히드마틴의 약 1.8배 수준까지 밀어올렸다. 평범한 정밀기계 회사에서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방산주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본 개인투자자로서, 나는 이 회사의 ‘수주잔고 스토리’와 ‘밸류에이션 스토리’는 따로 떼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이야기가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밀기계 회사에서 나토가 선택한 자주포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뿌리는 1977년 정밀기계·광학 사업을 하던 삼성정밀공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삼성의 방산·기계 부문이 한화그룹에 편입됐고, 2018년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으며, 2022~2023년에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만들던 한화디펜스를 흡수해 지상방산 생산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했다. 2023년 12월에는 옛 대우조선해양인 한화오션을 인수해 잠수함·특수선·상선 건조 역량을 포트폴리오에 더했다. 2026년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11.21%로 늘렸고,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정책에 발맞춰 미국 필리조선소 확장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K9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자주포다. 폴란드 한 나라와 맺은 누적 계약만 약 18.6조원에 달하며, 152문 규모 2차 계약 중 잔여 146문의 첫 선적이 2026년 7월 시작됐다. 노르웨이는 미국산 하이마스(HIMARS) 대신 납기가 더 빠른 천무를 택해 1.3조원 규모를 발주했다. 이집트, 호주에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까지 수출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급등을 떠받친 숫자들
| 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
| 2023 | 9.37조원 | 0.74조원 |
| 2024 | 11.25조원 | 1.72조원 |
| 2025 | 26.60조원 (+137% YoY) | 3.03조원 (+75% YoY) |
| 2026E (컨센서스) | 31.50조원 | 4.40조원 |
2024년은 국내 방산기업 최초로 매출 10조원·영업이익 1조원을 동시에 넘어선 해였다. 2025년의 급증은 유럽向 인도 물량이 마침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다. 다만 K9·천무 같은 대형 장비의 인도는 매끄럽게 나뉘지 않고 특정 분기에 몰리는 구조여서,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크다 — 실제로 2026년 1분기는 컨센서스를 하회했고, 올해 인도 물량의 상당 부분은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한 지붕 아래 네 개의 사업
지상방산(K9·천무)은 여전히 그룹의 중심축이다. 2025년 말 기준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만 약 37.2조원에 달한다. 항공·우주는 KF-21 전투기 엔진 조립, 국산 엔진(T-700/F404) 생산, 누리호 발사체 기술이전을 담당하며, 이번 KAI 지분 확대는 이 사업과 완제기 사업의 연결고리를 더 촘촘히 만들려는 포석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특수선·상선 건조 역량을 더해 지상방산의 안정적 현금흐름과 조선업의 대형·불규칙 수주를 짝지운다. 미국 진출은 펜실베이니아 필리조선소를 교두보로 미 해군 정비·개조(MRO)와 상선 건조 시장을 겨냥하며, 2026년에만 5,310억원의 설비투자가 책정돼 있고 2035년까지 누적 7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수주잔고 스토리가 말하지 않는 논란
2025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는 3.6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다음 거래일 주가는 13% 넘게 급락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회사가 자체 자금으로 지배주주 일가와 연관된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인 뒤, 새로운 투자금은 일반주주에게 걷으려 한다며 이를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의 압박 속에 이사회는 4월 증자 규모를 2.3조원으로 축소하고, 자금 조달의 일부를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가 참여하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돌렸다. 이 사건이 성장 스토리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않았지만, 이 회사가 앞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상흔을 남겼다.
프리미엄의 실제 값
시가총액은 발행주식수 약 5,140만주 기준 약 48.6조원이다. 후행 PER은 32~34배, PBR은 약 4.9배로, 록히드마틴 대비 약 1.8배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2025년 말부터 2026년 상반기 사이 발표된 리포트를 기준으로 한 증권사별 목표주가는 편차가 크다: 메리츠증권 60만원, SK증권 100만원, 키움증권 140만원(2025년 11월, 당시 주가 96만원), 대신증권 180만원. 최저치와 최고치가 거의 3배 차이라는 사실 자체가, 수주잔고 중 얼마를 지금 주가에 반영하고 얼마를 나중으로 미룰지에 대해 시장이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진지하게 볼 이유
약 39.7조원에 달하는 연결 수주잔고 — 현재 매출의 약 4년치 — 는 단기 실적에 실질적인 하방 안전판을 제공한다. K9·천무 프랜차이즈는 조만간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유럽 재무장 사이클에 올라타 있고, 이집트·호주·노르웨이·베트남 등 신규 구매국으로의 진짜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상방산에서 항공·우주, 그리고 이제 조선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는 — KAI 지분 확대로 더 강화된 — 경쟁사가 쉽게 따라오기 힘든 구조적 강점이다. 그리고 필리조선소 베팅은 단순한 기업의 야심이 아니라 양국 정책 우선순위로 명시된 미국 조선업 재건 흐름에 조기 진입한 것이다.
회의적으로 볼 이유
밸류에이션에는 이미 많은 것이 잘 풀린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록히드마틴 대비 거의 두 배 배수에서는 인도 지연이나 마진 미스가 발생했을 때 주가가 흡수할 여유가 그만큼 적다. 2025년 유상증자 사건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구조 리스크 지표다 — 지배주주 일가가 주주 자본을 계열사 간 지분 인수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를 막을 구조적 장치는 아직 없다. 분기 실적은 인도 일정에 따라 계속 출렁일 것이다. 이미 올해 1분기가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그리고 미국 조선업 진출은 전략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아직 초기 확장 단계다 — 2035년까지 7조원 계획은 그 사이 실행 리스크가 끼어들 여지가 많은 긴 여정이다.
실제로 그림을 바꿀 체크포인트
앞으로 몇 분기 지켜볼 만한 것은 세 가지다. 2026년 하반기 K9·천무 인도가 일정대로 이뤄져 1분기 부진을 만회하는지, 필리조선소가 설비투자 뉴스 이상의 실질적 생산성 개선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면 그 구조가 어떻게 짜이는지. 밸류에이션 격차와 지배구조 문제 둘 다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내 개인적 틀에서 이 종목은 — 시장이 아직 잘못 매긴 주식이라기보다 — 좋은 소식이 이미 대부분 가격에 반영된, 진짜로 강한 사업체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 글의 어떤 내용도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모든 수치는 2026년 7월 기준 공개된 회사 공시, 증권사 리포트, 언론보도에서 가져왔으며 오류가 있거나 이후 수정될 수 있으니 의사결정 전 원본 자료로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자는 본문에서 다룬 종목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 한화에어로, 폴란드 이집트 호주 매출↑…사우디 협상 재개 (2026.7.15)
- 글로벌이코노믹 — 폴란드행 K9PL 첫 선적… 한화에어로 ‘현지 생산+군수’로 37조 수주잔고 실적 전환 시동 (2026.7.6)
- Investing.com(MoneyS) — 폴란드 수출만 18.6조원… 한화에어로, 현지화로 ‘수주 2막’
- Seoul Economic Daily — Hanwha Aerospace Rises 6% on Added KAI Stake (2026.7.2)
- 이코노믹데일리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훼손” (2025.3.25)
- 뉴데일리 — 승계 논란 정면돌파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방식 바꾼 4가지 이유는 (2025.4.8)
- 전자신문 — 한미 조선동맹 ‘MASGA’ 본격 가동…필리조선소 전폭 지원 (2026.3.18)
- 인더뉴스 — [2024 연간실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출 11.2조·영업익 1.7조 달성
- 아세안익스프레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3년 실적 사상최고치 ‘매출 9조…’
- 키움증권 — Company Update: BUY, 목표주가 1,400,000원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