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국가대표에서 떨어진 다음 날부터: 코난테크놀로지와 소버린 AI의 그늘

2025년 한국 AI 정책의 가장 큰 이벤트는 ‘국가대표 AI’ 선발이었다. 정부가 GPU와 예산을 몰아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 5곳 —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 이 최종 선정됐다. 그리고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회사들의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가 코난테크놀로지(코스닥 402030)다.

탈락이 확인되자 주가는 16거래일 만에 39,000원에서 27,000원으로 31% 급락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6년 7월 24일, 주가는 10,890원 — 52주 최고가 38,500원 대비 72% 하락, 52주 최저가 10,010원이 눈앞이다. 시가총액은 1,363억 원.

이 회사를 해부할 가치가 있는 건, ‘소버린 AI’가 2026년 한국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테마 중 하나로 계속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마의 수혜주 목록은 다들 안다. 낙선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정리하지 않는다.

코난이 실제로 하는 일

1999년 설립된 코난테크놀로지는 검색·텍스트 분석 소프트웨어로 20년 넘게 버텨온 회사다. 기업용 검색엔진 ‘코난서치’가 원래의 본업이고, 2022년 SK텔레콤이 2대주주로 들어오면서 AI 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했다. 자체 LLM인 ‘코난 LLM’을 만들고, 국내 최초로 공공기관용 생성형 AI 구축 사업을 수주했으며, 최근에는 에이전틱 AI를 강화한 코난 LLM 신규 모델을 공개했다.

즉 네이블처럼 간판만 바꾼 회사가 아니다. 제품이 있고, 공공 시장 레퍼런스가 있고, 통신사 대주주가 있다. 문제는 그 실체의 ‘크기’와, 그것을 지탱하는 ‘자금’이다.

숫자로 보면 — 최대 매출과 4년 적자의 공존

지표비고
2025년 매출339.8억 원 (+29%)창사 이래 최대
2025년 영업손실−98.7억 원4년 연속 적자 (−40 → −110 → −141 → −99억)
주가 (7/24)10,890원52주 범위 10,010~38,500원
시가총액약 1,363억 원
PBR약 6.5배BPS 1,676원
유상증자 (2025.10)계획 290억 → 실제 188억 원주가 하락으로 39% 축소, SKT 불참
최대주주김영섬 36.73%2026.4.30 기준

2025년 매출 339.8억 원은 전년 대비 29% 늘어난 창사 이래 최대치다. 하지만 같은 기사가 지적하듯 그 안에는 2022년부터 수행해온 국군재정관리단 시스템 구축 사업의 74.8억 원이 일시 인식돼 있다. 이걸 빼고 보면 성장의 체감 크기는 확 줄어든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 그러나 실적 지속성이 숙제”라는 디지털데일리의 제목이 정확한 요약이다.

적자의 궤적은 방향 자체는 개선이다 — 2024년 −141억에서 2025년 −99억으로 30% 줄었다. 하지만 4년 누적 영업손실이 약 390억 원이고, 이것이 자금 이야기로 이어진다.

탈락의 진짜 비용은 ‘자금 조달력’이었다

국가대표 탈락이 아픈 이유는 상징성이 아니다. 주가로 자금을 조달하는 적자 성장기업에게, 테마 이탈은 곧 조달 조건의 붕괴다. 코난이 정확히 그 경로를 밟았다. 2025년 7월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당일 주가가 13% 빠졌고, 탈락 이후 주가 하락으로 조달 규모는 당초 290억 원에서 188억 원으로 39% 급감했다. 2대주주 SKT마저 증자에 불참했다.

SKT의 불참은 이 사례에서 가장 무거운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대주주가 자기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추가 투입을 거른 것이다. 연말에는 대표이사가 사재를 출연했지만 자금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연 1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내는 회사가 188억 원을 조달했다면, 시장이 계산하는 다음 질문은 하나다 — 이 돈은 몇 분기짜리인가.

그래도 남아 있는 것

공정하게 적자면, 낙선이 사업의 죽음은 아니다. 소버린 AI 예산은 정예팀 5곳에만 흐르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들의 개별 생성형 AI 구축 사업으로도 흐르고, 코난은 그 조달 시장에서 이미 레퍼런스를 가진 소수 사업자다. 검색·분석이라는 현금 창출 본업도 여전히 있다. 그리고 2026년 2월에는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정예팀에 추가 합류하는 등 프로젝트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다.

진지하게 볼 이유. 20년 업력의 실제 제품과 공공 레퍼런스, 통신사 대주주라는 유통 채널, 개선 중인 적자 폭(−141억→−99억), 그리고 고점 대비 72%라는 가격. 공공 생성형 AI 구축 시장이 커지는 방향성 자체는 코난에게 유리하다.

회의적으로 볼 이유. 4년 연속 적자에 일시 인식 매출을 뺀 실질 성장의 불확실성. 축소된 유증(188억)으로 버는 시간의 유한함. SKT 불참이라는 대주주의 태도. PBR 6.5배 — 이 낙폭에도 자산 기준으로는 싸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주식의 상승 동력이었던 ‘테마 편입’ 자체가 이제 반대 방향의 꼬리표(낙선자)가 됐다.

그림을 실제로 바꿀 체크포인트. (1) 일시 인식분을 제외한 분기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 — 2026년 분기보고서에서 확인 가능, (2) 분기 영업손실의 축소 지속 또는 흑자 분기 등장, (3) 공공 생성형 AI 구축의 신규 수주 공시 — 금액이 명시된 것으로, (4) 현금성 자산 잔고의 방어. 내 개인적인 틀에서 코난은 (2)와 (4)가 동시에 확인되기 전까지 관찰 리스트이고, 그마저도 관찰의 목적은 ‘턴어라운드’가 아니라 ‘생존 조건의 확인’에 가깝다.

네이블 사례연구에서 AI 딱지는 유동성 이벤트라고 썼다. 코난은 그 명제의 잔인한 따름정리다. 테마가 회사를 선택했을 때 주가는 회사의 실력과 무관하게 올랐고, 테마가 회사를 버렸을 때 조달 조건은 회사의 필요와 무관하게 무너졌다. 소버린 AI는 2026년에도 강력한 테마다. 다만 그 테마의 수혜주 목록에 들어가는 것과, 그 테마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걸 이 차트가 증언한다.

이 글의 어떤 내용도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모든 수치는 2026년 7월 24일 기준 공개 데이터에서 가져왔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의사결정 전 원본 공시로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자는 본문에서 다룬 종목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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